나무도 성격있어요 1
link  관리자   2021-10-06

내 고향마을 휨멜에서 아어Ahr 계곡의 이웃 도시로 가는 국도변에 참나무 세그루가 서 있다. 주변이 온통 밭이라 이 훤칠한 나무들은 어디서 보아도 눈에 확 띈다.

셋이 워낙 엉겨 붙어 있어서 100년을 넘긴 나무줄기들의 간격이 불과 몇 센티미터밖에 안 된다. 덕분에 내겐 아주 유익한 관찰대상이다.

땅, 물, 지역의 미기후, 이 모두 1미터 이내에서 차이가 없다. 그러니 이런 상황에서 참나무들이 다른 행동을 한다면 그것은 오직 각자의 다른 성격 때문이다. 놀랍게도 이 셋은 다른 행동을 한다.

겨울에 잎이 다 떨어지거나 여름에 잎이 무성할 때는 차를 타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이 나무들이 세 그루인지 알아채지 못한다. 수관이 서로 뒤엉켜 커다란 반구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닥다닥 붙은 줄기들도 한 뿌리에서 나온 것 같다. 하지만 가을이 되면 이들 삼형제의
협동심에 살짝 금이 간다.

오른쪽 참나무는 이미 물이 들었는데 중간것과 왼쪽 것은 아직 짙푸른 초록이다. 그로부터 2주쯤 지나야 중간것과 왼쪽것도 겨울잠에 들어간다. 서 있는 장소는 같은데 왜 이 셋은 다른 행동을 하는 것일까?

나무가 언제 잎을 버리느냐는 실제 성격에 좌우된다. 나무는 다가오는 겨울을 예상할 수 없다. 얼마나 혹한일지, 아니면 온화한 겨울이 될지 알지 못한다. 줄어드는 낮의 길이와 떨어지는 기온밖에 감지하지 못한다.

그런데 가끔씩 가을인데도 늦여름처럼 뜨거운 공기가 밀려올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이 세그루 참나무는 진퇴양난에 빠진다.

온화한 기온을 이용하여 광합성을 조금 더 해서 당분을 조금이나마 더 저장할 것인가? 아니면 추위가 갑자기 몰려올지도 모르니 안전을 기해 얼른 잎을 던지고 겨울잠에 들것인가? 이때 셋이 내리는 결정이 각기 다른것 같다.

오른쪽 나무는 친구들 보다 겁이 많다. 긍정적으로 표현해 더 합리적이다. 욕심부리다가 잎을 미처 버리지도 못하고 얼어 버리면 겨울 내내 생사의 갈림길에서 마음을 졸여야 한다. 그럼 조금 더 비축한 양분이 무슨 소용이겠는가? 그러니 적절한 시점에 광합성을 멈추고 꿈의 왕국으로 가는 것이 옳다.

남은 두 참나무는 조금 더 용기가 있다. 이듬해 봄에 무슨일이 생길지 어떻게 알겠는가? 갑자기 곤충이 습격할 수도 있다. 그러니 조금 더 초록을 유지하면서 껍질과 뿌리의 탱크를 끝까지 다 채워야 한다. 지금까지는 그들의 판단이 옳았다. 하지만 앞으로도 그럴지는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 온난화의 영향으로 높은 가을기온이 오래 지속된다. 그래서 나무들이 심할 때는 11월까지도 잎을 떨어내지 않고 위험한 게임을 한다.

하지만 가을 폭풍은 예나 지금이나 정확히 10월이면 시작되고 따라서 잎을 가득 매단 채 나무가 쓰러질 위험도 높아만 간다. 내 생각에는 앞으로는 신중한 나무가 더 생존확률이 높을 것 같다.

















나무수업
따로 또 같이 살기를 배우다.
페터 볼레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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